포퓰리즘에 지정학적 위기…“2024년 한국 경제, 겨울이 돌아온다”

김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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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애틀랜타/AP 연합뉴스

국제 통상전문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시욱 원장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2월 한국개발연구원(당시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한 표현을 빌려 “겨울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실체를 알 수 없는 위험이 등장한 것처럼 한국 경제도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경고였다. 22일 이 원장은 한겨레에 2024년 한국의 경제 상황을 가리켜 또다시 “겨울이 돌아온다”고 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역대급 선거가 줄줄이 열리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며 ‘폴리코노미’(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현상) 우려가 크다. 고물가·고금리로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에 포퓰리즘 공약들이 쏟아지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어디로 튈지 모를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위기 심화 가능성에 한국 경제도 휩쓸려 들어갈 거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에 올라타기도 전에 대내외 암초에 맞닥뜨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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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내 산업계 및 경제 부처 등에 따르면, 가장 큰 우려를 낳는 건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 확대다.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산업 기반을 미·중 양쪽에 둔 우리 기업과 정부는 그동안 친미 기조를 앞세워 ‘바이드노믹스’에 사실상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당장 내년 1월 대만 선거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다시 점화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마저 부상하면서 그동안 쌓은 대미 투자 등 경제적 관계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코노미의 한복판에 있는 건 ‘트럼프의 귀환’ 여부다. 정부 부처와 주요 경제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전전긍긍하며 지켜보는 모습이다. 트럼프 측근들이 집권 2기를 준비하며 참여한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를 살펴보면, 이런 우려는 과장된 게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수입품 관세 인상, 대중 수출규제 강화는 물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전면 폐지를 명시하고 있다. 정책금리 인상 효과를 낳게 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보유자산 전면 매각(양적 긴축) 방안까지 담겼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 등에 수조원을 투자한 국내 배터리 대기업의 한 임원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약속한 지원이 다 폐기되기보다 예산 삭감 정도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친환경 전기차 전환 등의 시장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현상을 초래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여부는 물론 배터리 등 핵심 원자재 생산국이자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네시아·인도가 모두 내년에 대형 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도 한국 경제 입장에선 거대한 도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펴낸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고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가 큰 잠재 위험요소로 ‘지경학적 분열 심화’와 ‘지역 갈등 심화’ 등을 짚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매도 금지 등 전례 없는 선거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국내 정치 환경도 문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다가오는 한국 선거는 거시적 관점에서 주요 잠재 국내 리스크”라며 “현재 여당과 야당의 정책 우선순위가 현저히 다른 만큼 선거 결과가 광범위한 거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여부와 대만 변수 등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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