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맛 감별하는 덴 ‘혀보다 코’

김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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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하기 좋은 매개체이다.

와인은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하기 좋은 매개체이다.

[와인야화]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 칠레 2006) ①  ‘와인야화’는 색다른 방식의 와인 이야기 코너입니다. 일반적인 서술 형식을 벗어나 저와 전문가가 함께 정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갑니다. 두 사람이 와인바에서 직접 와인을 골라 마시면서 와인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갈 예정입니다. 좀더 실감나고 솔직한 이야기 진행을 위해 채택한 방식입니다.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처럼 흥미진진한 와인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미있고 유쾌한 와인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와인 맛의 70%는 코, 혀가 기억하는 건 30%에 불과
와인 전문가 S씨는 질 좋은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올해 서른네살인 그는 이제 경력 7년을 맞은 와인전문가다. 지난 7년의 기간 중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아르헨티나에 있는 와인너리(와인생산농장)를 열 번 이상 방문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기간에 들여다본 와인세계의 경험은 그를 전문적인 와인 글쟁이로 바꿔놓았다.
초여름 같은 봄날 저녁 그를 서울의 한 와인바에서 만났다. 그는 와인 맛에 대해서만큼은 유명 소믈리에도 놀랄 만큼 섬세한 혀를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그를 만나 한 수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조명도 어둑한 한 와인바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주섬주섬 와인을 꺼내들었다. 어이쿠! 그 유명한 프랑스산 와인 ‘샹볼 뮤지니’(Chambolle-Musigny)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바로 그 와인이다. “습기를 머금은 원시림 속을 걸으며 꽃 향기와 열매의 향기를 맡는 듯하다.” <신의 물방울>에서 주인공은 ‘샹볼 뮤지니’의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사람이 첫판부터 기를 죽여놓을 셈인가?

-와인 맛도 잘 모르는 초보자가 이런 유명한 와인을 마셔도 되나요?
=허허. 김칫국 마시지 마세요. 오늘 마시고 이야기할 와인은 다른 겁니다. 이 와인은 그 와인과 비교하기 위한 소품으로 가져온 겁니다. 조금 있다 두 와인의 맛을 비교해 보면 아마 놀라실 겁니다.

종업원한테서 건네받은 와인리스트를 훑어보던 그가 ‘와인야화’의 첫 테이블에 오를 와인을 골랐다. 2006년 칠레산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였다.

와인 에스쿠도 로호.

와인 에스쿠도 로호.

-왜 이걸 고르신 건가요?
=접하기 쉽고 이름 외우기도 쉽지요.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와인들을 살펴 보면 ‘몬테스 알파’처럼 이름이 모두 간단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프랑스 와인도 이름이 ‘샤토 탈보’(Chateau Talbot)잖아요? ‘에스쿠도 로호’는 과일향이 많이 나고 가격에 견줘 질이 좋은 와인입니다. 초보자가 와인을 마실 때 좋을 듯합니다.

그가 와인 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와인의 향을 맡았다. 아, 그래 바로 이게 궁금했었다.

-와인을 마실 때 왜 모두들 향을 맡는 건가요? 술이라면 입에 먼저 가져가서 혀로 맛을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유명한 소믈리에가 신체 특정부위의 보험을 든다면 어디를 들것 같아요? 혀가 아니라 코에 듭니다. “코가 혀보다 진실하다”란 말도 있지요. 맛을 감별하는 데는 코가 70%, 혀가 30% 역할을 합니다.
-이해가 잘 안가는데요?
=그럼 이렇게 해보세요. 한 번은 그냥 마셔보고, 또 한 번은 코를 막고 마셔보는 거에요.

그에 말에 따라 한 잔을 ‘그냥’ 마셔봤다. 쓴맛과 신맛이 겹쳐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에는 코를 막고 마셨다. 놀랍다!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닌가. 기회를 놓칠세라 그가 말을 이었다.
“와인과 친해지면 사람들은 와인의 향으로 그 와인을 기억하지요.”

코르크 마개로 보는 감별법:와인 스며든 부위의 높이가 일정해야

사진(오른쪽)은 코르크 마개가 손상된 경우다. 사진(왼쪽)처럼 코르크의 위쪽(와인과 닿은 곳)이 균등한 높이가 있어야 한다.

사진(오른쪽)은 코르크 마개가 손상된 경우다. 사진(왼쪽)처럼 코르크의 위쪽(와인과 닿은 곳)이 균등한 높이가 있어야 한다.

무심코 옆을 스쳐간 사람의 체취에서 헤어진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냄새’의 위력을 직접 체험한 듯해 문득 소름이 끼친다. 코르크 마개의 향을 맡아 보고 가방에 챙겼다. 복잡한 와인 이름을 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였다. 내 행동을 보고 그가 깔깔 웃어댔다.

“코르크 마개는 냄새보다 ‘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대미각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코르크 마개 향만으로는 와인의 상태를 구별 못하죠.”

그의 말대로 코르크 마개를 다시 꺼내서 자세히 살펴봤다. 마개 아래쪽은 와인이 스며들어 조금 붉고, 위는 황토색 그대로였다.

-뭘 봐야 하는 거지요?
=마개 아래쪽 와인이 스며든 부분의 높이가 균등한지 봐야 합니다. 삐죽빼죽 다른 게 있어요. 나쁜 와인은 그 선이 높았다 낮았다 해요. 심하게 차이가 나죠. 빈티지가 오래되면 그 스며든 두께가 굵어지죠.

코르크 마개를 이리저리 굴려 봤다. 다행히 우리가 마시기로 한 ‘에스쿠도 로호’의 코르크 마개는 와인이 스며든 부분의 높이가 균일했다. 다만 2006년산이라서 스며든 부위는 두께가 얄팍했다.

보관땐 온도보다 습도가 더 중요…건조하면 산화되기 쉬워

이번엔 그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와인셀러(와인저장고)가 왜 중요한지 아시나요? 와인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 것 같아요?
=그냥 온도 아닐까요?
-온도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30도만 넘지 않으면 됩니다. 더 중요한 건 습도입니다. 습도가 부족하면 코르크 마개가 마르고 부서집니다. 그 안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와인이 산화되지요. 식초가 됩니다. 진동도 중요합니다. 진동이 심하면 코르크 마개를 밀어내지요. 우리나라 와인 대부분이 배에 실려서 옵니다. 가져오는 상태가 중요하지요.
코르크 마개를 통한, 색다른 와인 감별법을 배운 셈이다. 다음에 와인을 마실 때는 코르크 마개 상태를 꼭 눈여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코르크냐 스크류냐…와인업계는 지금 ‘마개’ 논쟁중

-코르크 마개가 아닌 와인들도 있던데요?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 같은 신대륙 와인들이 그렇지요. 음료수 병마개처럼 돌려서 따는 스크류 마개지요.
-어떤 마개가 좋은 거지요?
=논쟁이 많아요. 와인업계는 몇 년 째 그 문제를 가지고 싸우고 있죠. 스크류 마개의 실용성과 코르크 마개의 정통성 중에 어떤 것이 좋은지 쉽게 결정이 안 났지요. 코르크마개를 좋아하는 이들은 스크류 마개가 품위도 없고 싸구려라고 말하죠. 작년에 와인 전문지 <디캔터>가 와인 스크류 마개 제조업자인 리처드 에번스를 ‘와인업계 파워 50인’ 5위에 올렸어요.

와인 코르크마개는 크기는 작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와인 코르크마개는 크기는 작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왠지 분위기가 스크류 마개 쪽으로 가는 분위기네요. 스크류 마개 와인은 싸구려라는 생각이 사라지겠네요. 코르크 마개는 어떤 나무로 만드나요?
=코르크 마개는 신축성이 뛰어난 코르크나무의 외피를 벗겨서 만듭니다. 직접 봤는데 손으로 눌러보니 나무가 몰랑몰랑해요. 쑥쑥 들어갑니다. 단가가 원래 낮은데 고급 와인을 만드는 와인너리에서는 1달러짜리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코르크 마개 연구센터도 만들지요. 이제 시간도 조금 지났는데 와인 맛 좀 볼까요? ‘숄더 디캔팅’(Shoulder Decanting)했어요.
-‘숄더 디캔팅’이라고요? 어깨에서 디캔팅(와인의 침전물을 거르고 적절히 산화시켜 와인의 맛을 더 좋게 하는 것)했다는 얘긴가요?
=와인을 따서 와인 병의 어깨 정도까지 비워두면 그 사이로 공기가 들어갑니다. 자연스럽게 디캔팅이 되는 거지요. 그게 바로 ‘숄뎌 디캔팅’입니다. 자, 이제 한 모금 마셔볼까요?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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