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잡아뜯으며 방사능 검사…노량진 ‘오염수 괴담’과 전쟁 중 [르포]

김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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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노량진수산시장 6층 식품안전센터. 수협 영업팀 직원 정재훈 과장이 이날 들어온 수산물의 방사능 물질을 검사하기 위해 전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활어의 포를 뜨고 믹서기로 간 뒤 정밀 검사 기계를 이용해 검사한다. 장서윤 기자

19일 오전 10시 노량진 수산시장 6층 식품안전센터. 위생 가운을 입은 수협 직원들이 회칼을 들었다. 이날 들어온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를 위해서다. “난생처음 회칼을 잡아봤다”는 이들은 회계·전산 업무 등을 담당하던 일반 직원들이다. 칼질이 낯선 탓에 활어에 꽂은 칼이 뼈에 걸리자 당황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칼 방향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을 발라내더니, 급기야 손으로 잡아 뜯었다. 권유정 대리는 “처음이다 보니 칼이나 믹서기에 손이 베이는 때도 많다”고 말힜다.

매일 12시간 ‘방사능과의 사투’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지도 한달이 가까워졌지만, 수산시장 사람들은 여전히 방사능 괴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수협 직원들이 벌인 정밀검사도 생선 위에 휴대용 계측기를 갖다 대는 ‘간이검사’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방류 이튿날부터시작했다. 매일 오전 활어·선어·패류 등 28종의 수산물 시료를 무작위로 가져와 세슘·요오드 등 방사능 물질 검출 여부를 검사한다. 어류는 포를 떠서 속살만 믹서기로 잘게 간 뒤, 구리·납으로 완전 차폐된 원통 측정기에 넣는다. 작업은 12시간(전처리 5시간·정밀검사 7시간) 동안 이어진다.

19일 오전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에 ″근거없는 원전오염수 괴담, 듣지도 말고 믿지도 맙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장서윤 기자

수산시장 입구엔 ‘근거 없는 원전 오염수 괴담, 듣지도 말고 믿지도 맙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가게마다 “우리 수산물 안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QR코드도 붙었다. 스캔하면 방사능 검사 결과를 볼 수 있다. 상인 양모(53)씨는 “주변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손님이 올 때마다 QR코드를 보여주며 안전하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상인들과 수협 직원들 전원이 나서 괴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염수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친구들과 먹기 위해 5만원어치 전어회를 사간 유모(70)씨는 “나중에 오염수가 한국까지 도달하면 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모(29)씨는 “이미 방류됐는데 해산물을 평생 안 먹을 수도 없지 않나. 신경은 쓰이지만 포기한 상태”고 말했다. 반면에 권모(65)씨는 “안전하다고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으니, 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더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반전…손님 30% 늘어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손님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협 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지난 16일 노량진수산시장 방문 차량은 8281대로, 방류 직전인 지난달 19일(같은 토요일 기준)에 비해 32% 늘었다. 지난해(9월 17일)보다도 13% 높은 수치다. 해양수산부도 노량진 수산시장 소매점 24곳과 식당 5곳의 매출을 자체 분석했는데, 지난 4~10일 그 전주보다 매출이 소매점 13%, 식당 3%씩 올랐다.

김영옥 기자

정부가 수산물 소비 장려를 위해 내놓은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 영향이 컸다는 게 내부 평가다. 상인 박모(74)씨는 “주말에는 온 시장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며 “상품권을 받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실제 18일 오후 2시쯤 판매 구역 2층에 마련된 운영 부스에는 평일인데도 손님이 100명 가량이 상품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2만5000원 이상 구매 시 1만원, 5만원 이상 구매 시 2만원 상품권을 받기 위해 몰린 이들이다. 이밖에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떨어진 꽃게값, 3분의 1까지 떨어진 전어값도 손님 몰이에 영향을 줬다”(차덕호 상인회장)는 해석이 나왔다.

18일 오후 2시 노량진 수산시장 판매 구역 2층에 마련된 온누리 상품권 환급 부스. 평일인데도 100명 남짓의 손님이 상품권을 환급받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장서윤 기자

다만, 상품권 환급과 수산물 가격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인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단 목소리도 나온다. 상인 이모(60)씨는 “다음주 추석을 맞아 제수거리 사러 오는 손님 덕분에 대목을 잠시 탔을 뿐이지, (오염수) 타격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인 박모씨는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교통비도 안 들고 상품권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환급 한도인) 5만원에 맞춰서 찔끔 산다. 물건을 많이 사질 않는다”며 “상품권 환급 행사가 끝나는 12월에는 다시 손님이 끊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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