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 데이터로 학습한 AI…전 세계 다양성 무너질수도”

김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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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font-size: 14px;"><strong>오혜연</strong></span>&nbsp; 소속: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 나이: 1974년생(49살) · 학력: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수학과, 카네기멜런대(CMU) 언어와 정보 기술 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컴퓨터과학 박사

오혜연  소속: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 나이: 1974년생(49살) · 학력: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수학과, 카네기멜런대(CMU) 언어와 정보 기술 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컴퓨터과학 박사

2022년 11월30일, 누구나 인공지능의 답을 들을 수 있는 ‘챗지피티’(ChatGPT)’출시에 세상은 열광했다. 그 후 1년,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속속 각자의 인공지능 기술 최대치를 공개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인공지능 파워피플’ 기획을 통해 가장 주목할만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만나고 그들이 다음 인물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연재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편향을 덜기 위해 인터뷰 대상은 남녀를 번갈아 선정해왔다.
①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②오순영 KB금융지주 금융AI센터장
③최재식 카이스트 교수
④배순민 KT AI2AL연구소장
⑤배경훈 LG AI연구원장
⑥오혜연 카이스트 교수30일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 탄생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공지능 열풍’이 일었던 지난 1년은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원장’ 역할을 해온 오혜연 교수(전산학)에게도 ‘질풍’ 같은 시간이었다. 기업과 정부 행사가 끊이지 않았고, 인공지능 수업마다 수강신청자가 넘쳤다. “부담스럽다.” 오 교수 인터뷰는 이 말로 시작됐다.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그저 묵묵히 연구해왔는데, 갑자기 과열된 분위기”라는 의미다.
최근 챗지피티 개발업체 오픈에이아이(OpenAI)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의 갑작스런 해임과 복귀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과 이를 통한 기업의 이윤 추구’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오 교수는 “미국 중심, 인터넷 데이터 중심의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자칫 인간이 다 세뇌당할 수도 있는 구조”라며 “어쩔 수 없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 주도(드라이브) 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놀림을 받으며 ‘언어란 무엇인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수학과 언어학을 넘나들며 공부했고, 거대언어모델(LLM)과 자연어처리(NLP) 등 인간의 언어를 깊게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해왔다. 케이비(KB) 금융에이아이(AI)센터장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힘이 됐던 분”이라며 추천한 오 교수를 지난달 27일 제주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도 한국여기자협회 주관 ‘인공지능 시대, 리더십의 확장과 미디어의 생존전략’ 세미나 강연자로 제주를 찾았다. 이후 서면으로 인터뷰를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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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어땠나.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다니,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원장으로서 무척 바빴겠다.
“좀 부담스럽다. 어떤 분야든지 사실 연구하는 사람들은 똑같다. 지난 70년동안 연구해온 분야에 갑자기 사람들이 열광한다. 이럴 일인가 싶다. 연구원장직은 최근 그만뒀다.”

―학교 분위기는 어때?
“학교에 있으니까 열기가 더 느껴진다. 인공지능 수업에 학생들이 엄청 몰린다. 카이스트는 학과 지정 없이 들어와서 선택할 수 있는 열린 학교라 학생의 절반이 인공지능, 전기전자, 전산에 몰리고 있다. 수강신청 경쟁도 심하고 수백명이 듣는 수업도 있다. 관심이 있어서 이렇게 몰리면 괜찮은데, 혹시나 이걸 놓치면 낙오되는 거 아닐까 싶은 다급함이나 유행(트렌드)을 따라잡기 위함 때문이라면 안타깝다.”

―그럼 학생들을 말리고 싶나?
“그건 아니다. 사실 인공지능 분야가 되게 재밌기도 하고 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 학생들이 이런 분야를 잘 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27일 제주에서 오혜연 카이스트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27일 제주에서 오혜연 카이스트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언제부터 인공지능 분야에 재미를 느꼈나?
“인공지능이 재밌는 건 인간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언어를 어떻게 배우는지, 사람이 언어를 써서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엠아이티(MIT) 학부시절 수학을 전공하면서도 언어학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그 관심이 인지언어학, 언어 습득 과정 등에 대한 공부로 뻗어나갔다.”

―특별히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때 가족과 미국에 갔다. 당시 영어를 하나도 못했다. 내 또래와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어도 질문을 이해 못하고 답도 못하니 바보 취급을 당했다. 그런데 언어 장벽이 없는 수학은 잘했다. 언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생각하며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박사학위 받을 때까지 쭉 공부만 한 건가?
“학부 졸업 뒤 기업에 취직했었다. 오라클에서 기술문서 작성자(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하며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 매뉴얼을 썼다. 1년 하다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글을 쓰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그 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 때는 언어와 정보기술학, 박사과정에선 컴퓨터공학을 연구했다. 계산 언어학, 정보 검색, 컴퓨터공학이 합쳐진 셈인데, 마침 그때 막 구글 검색서비스가 나온 시점이었다. 정보 검색을 잘하려면 컴퓨터가 언어를 이해해야 하고, 기계 번역을 위해서는 계산 언어학이 필요하다.”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전공이 다 다르다. 계획한건가?
“나는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다. 석사를 어디서 하고 박사를 어디서 하는지도 그냥 그때그때 내가 원하는 것을 했을 뿐이다. 사실 당시는 인공지능의 인기가 시들해진 ‘인공지능 겨울’이 몇 년 안지났을 때라 인공지능이 그리 인기있지는 않았다. 석사 졸업을 하던 2000년 즈음에는 미국에서 주가 대폭락(마켓 크래시)이 일어나 스타트업들이 다 망해나가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음성인식 쪽은 뜨고 있었고, 구글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하지만 2022년 , 구글이 아닌 오픈에이아이 가 첫 범용 생성형 인공지능 ‘ 챗지피티 ’ 를 내놨다 .
“지난해 11월30일에 챗지피티를 범용 서비스로 내놓은 것을 보고,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위험요소(리스크)가 큰 일을 배짱있게 한 것이다. 사실 기술 자체는 당연히 구글도 갖고 있었고, 메타·아마존·네이버도 갖고 있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그걸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다는 배짱은 정말 대단했다. 공개하자마자 일단 대중은 열광했고, 전문가들은 이렇게 해도 되나 했고, 윤리와 개인정보 보호를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는 했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비록 마이크로소프트(MS)를 등에 업고 했지만 오픈에이아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배짱’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오픈에이아이가 구글처럼 대중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아서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샘 올트먼은 챗지피티를 대중에 개방해 써보게 해야 기술이 더 발전하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이후 각국 정부들과 만나는 등 샘 올트먼의 행보는 좀 불안하기도 했다.”

―결국 샘 올트먼의 행태에 불안감을 느낀 오픈에이아이 이사회가 그를 해임했다가 투자자들과 직원들의 반발에 복귀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연구원들이 모여서 비영리연구소로 출발했고, 연구는 개방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매우 이상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고, 챗지피티를 공개해 유료화하고, 샘 올트먼이 월드 투어를 하며 각 나라 정부 고위급과 만나고 대기업들을 만나며, 처음의 이상과 이윤 추구를 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이 커진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는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무엇인가?
“결국 시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이 우려된다. 기업은 시장 크기(마켓 사이즈)와 이윤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큰 시장의 언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금과 같이 미국 중심, 인터넷 데이터 학습 중심으로 가다 보면 우리가 결국 다 세뇌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흑인 여성을 고릴라로 인식하는 등 이미지 인식 정확도가 낮은 문제는 눈에 보이는 편향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편향의 문제는? 이제는 영어로 된 미국 중심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 세계에서 전 세계의 다양성이 무너지고 미국 문화가 모든 것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할리우드 영화,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획일적인 하나의 문화만 남는 것이다. 그 문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다양성이 무너진다?
“이곳 제주의 말과 풍습과 음식을 생각해보자.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문화라는 것은 크든 작든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유산이다.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이런 다양성이 다 사라질까 우려된다. 초창기 챗지피티는 한국어로 ‘오늘 나 밥 뭐 먹을까’ 물어도 맨날 파스타 같은 음식만 추천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할까?
“지금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그렇고, 미국도, 유럽연합도 모두 난리가 났다. 규제에 대한 질문도 나오지만, 모두가 조급해지고 바빠진 것이다. 모두에게 빨리 이거 하라는 식의 지시가 많다. 인간의 언어로 질문하고 답하는 거대언어모델이 뜨니 다 거대언어모델 연구개발 지원으로 쏠리기도 한다. 정부가 더 잘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지도 고민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사람의 에센스(정수)’만 남는다. 내가 강의하는 직업이라면 강의 슬라이드를 어떻게 만들고 하는 문제는 다 인공지능이 해줄테니 덜 중요해지고 대신 내가 정말 뭘 하려고 하는지,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뭘 가르쳐줘야 하는지, 그 내용이나 철학이 훨씬 중요해지는 시대가 된다.”

―추천하고 싶은 인공지능 파워피플은?
“제자 중에 인공지능 교육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김재원 앨리스 대표, 악플을 탐지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 문지형 소프틀리 에이아이 대표,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인터렉션)을 연구 중인 김주호 카이스트 교수를 추천한다.”
제주/글·사진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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