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나물에 그 밥’, 18년 ‘최씨 고집’

김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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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식당 산나물백반 상차림.

에덴식당 산나물백반 상차림.

[우리땅 이맛] 남원 에덴식당 산나물백반
지리산이 기른 8가지만…10번 이상 손 가야
천천히 씹어서 혀로 굴리면 ‘알싸 쌉쌀 텁텁’
“처음 오는 손님들 중 절반은 이렇게 물어요. 이거 혹시 중국산 나물 아니우?”
지리산 자락 에덴식당 주인 최삼숙(60)씨는 중국산 운운 하는 질문에 “이제는 화도 안 난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시장에 깔린 게 중국산이니 그럴 만도 하다는 것이다. 최씨가 왜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나물을 사 쓰지 않는가를 설명했다.
“내가 여기서 18년째 밥장사를 하는데, 남을 속이지 않는다는 게 첫째 원칙이여. 얼마나 고생해서 만드는 나물 반찬인디, 한참 서운하지. 또 지리산 주변에 쌔구쌘게 산나물인데 그걸 장에 가서 몇 보따리씩 사다가 쓴다? 이것두 말이 안 되지.”

명아대·다래순·지장가리·쑥부쟁이·비비추·고사리·취·뽕잎
에덴식당은 전북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지리산 자락 정령치 들머리에 있는 산나물백반 전문식당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자신이 직접 채취하거나 지리산 주변 마을 주민들이 채취해 온 산나물을 사들여 쓴다.
이 식당의 특징이자 자랑거리(?)는 언제나 딱 여덟 가지 묵나물(말린 나물)만을 상에 올린다는 점이다. 김치나 도라지무침·깻잎절임·고들빼기무침 따위 등 그때그때 곁들여지는 밑반찬은 빼놓고, 지리산 자락에서 나오는 산나물을 무쳐내는 것만 여덟 가지라는 얘기다.
“명아대·다래순·지장가리·쑥부쟁이·비비추·고사리·취·뽕잎 이 여덟 가지여. 더두 덜두 읎어, 이 새까만 묵나물들이 전부지. 돌아가신 울 아부지가 살아 오셔두 이것 뿐이여.”

늘 ‘그 나물에 그 밥’인 셈이다. 이런 고집은 주변에서 많이 나는 나물이 이 여덟 가지이고, 일정한 맛을 꾸준히 내려면 다른 잡다한 것들까지 신경 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18년 밥집 경험에서 우러나온 최씨 나름의 ‘선택과 집중’ 방식이자 ‘최씨 고집’이다.
초기엔 풋나물들을 날것으로도 내고 무쳐 내기도 했으나, 손님이 늘면서 삶아 말리랴 풋나물 다듬어 내랴 하다 보면 1년 쓸 물량이 달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말려도 영양가가 살아 있는데다가, 늘 같은 걸 먹을 수 있으니 좋찮우?” ‘여덟 가지 묵나물 반찬’이 기본 원칙이긴 하지만, 제철에 물량이 많을 땐 풋것들을 손님상에 내기도 한다. 일부 묵나물도 양에 따라 교체하기도 한다.

봄·여름 말려둔 나물 12월쯤엔 바닥나 겨울엔 문 닫아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겨울엔 식당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봄·여름에 말려둔 나물이 12월쯤엔 바닥이 나는데다, 겨울에 길이 얼어부리면 위험해 손님두 뜸하구 하니 문을 닫는 거지.” 해마다 12월15일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문을 닫고, 3월1일부터 새로 나오는 나물들을 말려 영업을 시작한다.

정직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에덴식당 주인 최삼숙씨. 그 마음만큼이나 그의 미소 또한 선하다.

정직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에덴식당 주인 최삼숙씨. 그 마음만큼이나 그의 미소 또한 선하다.

최씨와 부인 안경님(55)씨는 산나물 채취철이 되면 “잠자는 시간이 하루 두세 시간밖에 안될 정도”로 바빠진다. 산에 들어가 나물 뜯으랴, 주민들이 뜯어온 나물 받아 챙기랴, 씻어 삶으랴, 손님상 차려 내랴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저문다고 한다. 특히 5월이 더하다.
“여기 주민들은 나물 뜯을 때도 멀리 내다보고, 조심조심 보살피고 키워가며 뜯기 때문에 산이 망가지고 할 걱정은 없어요.”
채취해 온 나물은 지체 없이, 곧바로 씻고 삶아 말리기 시작한다. “바루 삶고 바루 말려야여. 안 그러면 향두 맛두 제대루 나지 않어. 오래 두면 시아부리니까(쇠버리니까). 말릴 때두 오래 말리면 질기고, 햇볕에 말려도 질기지.”
몇 년 전까지는 옥상에 건조용 방을 만들어 방바닥에 널어 말렸으나, 너무 힘이 들어 요즘엔 건조기를 들여놓고 대량으로 말린다. 많을 땐 한 번에 수백㎏씩을 말리는데, 일단 세탁기를 쉬지 않고 돌려 씻고 탈수한 뒤 건조기로 말린다.
에덴식당 차림표엔 산나물백반과 산나물비빔밥 두 가지가 적혀 있다. 그러나 둘은 똑같은 음식이다. 최씨가 말했다.
“왜 그런지 들어보슈. 원래 산나물백반으로 나와. 그런디 손님 중에 꼭 ‘나는 산나물비빔밥으로 줘요’ 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두 가지를 다 써놓구선, 비빔밥 드실 분은 직접 골라 비벼 드십쇼 하는 거지. 손님마다 좋아하는 나물이 다르니 골라서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는데다, 반찬 남길 일도 줄어드니 좋찮우?”

직접 담근 청국장 구수…마가목술 한 잔 반주로 제격

최씨는 식당 개업 초기엔 닭매운탕과 옻닭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옛날 손님들은 아직도 그 맛을 보구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어. 솔직히 어디다 내 놔두 자신 있었지.” 그런데 산나물이 몸에 좋은 음식으로 급부상하면서 찾는 손님들이 늘자 산나물백반으로 바꿔 승부를 걸게 됐다.
묵나물의 특성상 불만스런 점도 있다. 여덟 가지 묵나물 무침은 하나같이 까만색인데다 생김새도 비슷해 구별하기 어렵다. 먹을 때도 신경 써서 하나하나 맛보지 않으면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나물 이름을 물어 머리에 새겨 넣고, 천천히 씹으며 혀를 굴려 맛본 뒤에야, 은근히 우러나오는, 알싸하고 쌉쌀하고 텁텁하고 부드러운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직접 띄워 끓여낸다는 청국장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구수하다.

쑥부쟁이 나물 반찬.

쑥부쟁이 나물 반찬.

나물 반찬은 처음엔 약간 적은 양을 내오고, 더 시키면 충분히 갖다 준다. 나물 이름을 모르고 더 시킬 땐 그릇에 약간 나물을 남긴 상태에서 추가주문을 해야 무슨 나물인지 주인이 알아본다.
밥상에 오른 묵나물반찬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최씨가 말했다. “쌔까맣게 생긴 걸 백날 찍어봐야 그게 그거고, 그 나물에 그 밥이지. 그만 찍구 이거나 한잔 할라우?”
최씨가 내민 술은 직접 담가 손님들에게 한잔씩 무료 제공한다는 마가목술이다. 쌉쌀한 맛에 반주로 한잔 들기에 좋다.
최씨는 “묵나물반찬은 상에 올리기까지 10번 이상 손이 간다”며 “손님들이 나물반찬 그릇을 싹 비우고 빈 그릇만 남기고 갈 때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에덴식당> 전북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706번지. 산나물백반 6천원. 70명 동시식사 가능. 길 바로 옆이어서 주차장이 비좁아, 도로변에 주차해야 할 때가 많다. 12월15일~2월말엔 휴업. 추석연휴 말고도 가끔씩 문을 닫기도 하므로 미리 확인 필요. (063)626-1633.
<찾아가기> 승용차로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내려가다 대전 지나 대전~통영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장수분기점에서 익산~장수고속도로로 다시 바꿔 타고 장수나들목에서 나간다. 19번 국도를 이용해 남원으로 간 뒤 남원시내에서 주천면으로 간다. 육모정 방향 팻말 따라 정령치·운봉 쪽으로 가면 고기리삼거리 못 미쳐 오른쪽 길가에 있다. 앞서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전주나들목을 나가 17번 국도를 타고 임실 거쳐 남원으로 가도 된다.
<주변 볼거리> 지리산 정령치·뱀사골·달궁계곡·구룡폭포·실상사 등. 운봉읍 바래봉 철쭉(5월), 야영면 봉화산 철쭉(5월). 남원읍 광한루원. 아영면 흥부마을.

남원/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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