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포장마차, 댄스홀 춤 선생 같은 첫맛

김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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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집 이치란의 라멘. 고소한 맛이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라멘집 이치란의 라멘. 고소한 맛이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맛집 순례] 후쿠오카 두 명물
술 안 팔아 흔들리는 건 등뿐…없으면 꼬치구이집
번화가엔 새콤달콤 수채화같은 초밥, 녹차와 궁합 일상의 파편을 봇짐에 싸서 낯선 여행지로 향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장쾌한 풍경, 아기자기한 장식품, 일탈적인 사랑….
아마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색다른 맛에 대한 기대는 비슷하리라. 맛은 그 땅의 역사와 여행지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거센 폭풍우에 몸을 움츠리는 들판의 풀잎들처럼 봄기운이 잦아드는 날, 일본 큐슈의 북쪽에 있는 후쿠오카를 찾았다. 일본 4개의 섬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어 일찍이 한국과 빈번했던 곳이 큐슈다.
후쿠오카는 큐슈의 대표적인 도시로 1889년 후쿠오카와 하카타가 합쳐져서 지금에 후쿠오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카스의 밤은 밝은 빛으로 환하다.

나카스의 밤은 밝은 빛으로 환하다.

해가 어스름하게 질 무렵 나카스 강변의 야타이(포장마차)를 찾았다. 야타이는 술을 먹기 위해 찾는 우리네 포장마차와 달리 라멘(일본라면)을 맛보기 위해 찾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고주망태로 흔들거리는 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강을 끼고 길게 늘어선 야타이에 청사초롱을 닮은 붉고 노란 등이 빗방울에 래퍼처럼 장단을 맞춘다.
이 등이 걸려 있는 곳은 라면을 파는 곳이다. 등이 없는 곳에선 꼬치구이를 판다. 낯선 이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기웃거리자 야타이의 일본 남정네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누나, 언니, 아줌마, 처녀” 여자를 지칭하는 우리말이 쏟아진다.
일본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야타이는 태평양전쟁에 지고 귀국선을 탄 일본인들 중에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호구지책으로 열었다는데 지금은 지역 명물이 되었다.

돼지 뼈 육수에 면 굵기는 한국라면의 절반
차림표에서 가장 싼 가격의 라멘을 골랐다. 아마도 기교를 부리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맛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야타이 주인이 조심스럽게 내준 라멘에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둥근 모양의 기름 고리들이 떠 있다. 일본 라멘은 무슨 양념을 썼느냐에 따라 소유(간장)라멘, 미소(된장)라멘, 시오(소금)라멘 등으로 나뉜다. 지역별로는 삿포로의 미소라멘, 키타카라의 소유라멘, 하카다의 돈고츠(돼지 뼈)라멘이 유명한데 이 세 가지를 일본의 3대 라멘으로 꼽는다. 후쿠오카는 돈고츠라멘으로 유명한 곳 중의 하나다. 돈고츠라멘은 돼지 뼈와 돼지고기를 오랫동안 고아낸 육수를 쓰고, 면은 매우 얇다. 면 굵기가 한국 라면의 반 정도에 불과한 듯하다. 차슈(군운 돼지고기 편육)를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첫맛은 구레나룻 길게 기른 댄스홀 춤 선생을 만난 듯 느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맛은 금세 고소한 맛으로 바뀐다. 고추냉이나 붉은 생강절임 등을 풀어먹으면 느끼한 맛이 준다.

밤이 깊어도 야타이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밤이 깊어도 야타이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덴진(天神)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치란(一蘭)’(www.ichiran.co.jp)라멘집도 들려볼 만하다.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식사시간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다른 곳의 돈고츠라멘보다 맵고, 고명처럼 라면 위에 얹혀 나오는 파는 그릇 한 가득 채울 만큼 많다. 맵고 짠 우리 라면이 서서히 그리워진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이 맛이 그리워질 것이 뻔하다. 사람은 늘 두고 온 것,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이 남나 보다. 돈고츠라멘을 보면 그런 생각이 굳어진다.
밥과 생선이 따로 노는 듯하다가 삼킬 때 묘한 조화
그리움을 하나 더 보태기 위해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초밥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
후쿠오카의 가장 번화가인 덴진 거리에 있는 ‘소라리아 스테이지’(SOLARIA STAGE) 지하 2층에 있는 초밥 집 두 곳을 찾았다.

오스시야상.

오스시야상.

회전 초밥집인 ‘오스시야상’은 초밥 위에 얹혀 나오는 생선이 밥보다 훨씬 크다. 생선의 비릿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혀를 감싸고, 붉은 입천장을 수채화처럼 새콤달콤한 맛으로 물들인다. 밥과 생선이 따로 노는 듯하다가 삼킬 때 묘한 조화를 부리는 것이 일품이다. 밥알 사이에 공기가 적당히 들어가 맛의 기품을 더한다.
반해서 허겁지겁 여러 개의 초밥을 집어 들었다. 과식의 나락으로 떨어져도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쫀득한 것이 과해서 딱딱하기까지 한 초밥들도 있는데 입에 넣는 순간 밥알들이 뭉개지면서 아이들의 이유식처럼 부드럽게 녹는다. 이 집은 장어초밥이 가장 인기가 있어 일찍 동이 난다. 싼 것이 120엔, 비싼 것이 500엔 정도 한다.
‘오스시야상’에서 배를 채우고 나서자, 줄을 길게 선 사람들로 들머리가 보이지 않는 집을 발견했다. ‘효탄’(092-733-7081). ‘오스시야상’보다 초밥의 밥이 찰지고 쫀득하다. 이 집 역시 생선이 크고 참기름을 두른 듯 감칠맛이 제법이다. 하카다역 안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회전 초밥집 ‘오우가시’도 찾았다. 초밥에 대한 마지막 열정을 태우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이 집은 한국에 있는 초밥집들과 맛이 비슷했다. 쫄깃한 밥과 생선이 함께 어울리는 맛이 있다.

회전초밥집 효탄의 초밥.

회전초밥집 효탄의 초밥.

원래 생선의 저장법에서 시작…밥알 사이 공기가 기품 좌우  
초밥은 원래 생선의 저장법에서 시작됐다. 쌀이나 밥 등을 생선과 함께 절이면 밥이 발효할 때 생기는 유산 때문에 생선이 부패하지 않는다. 이 저장법이 발달해서 나레즈시초밥이 생겼다. 나레즈시초밥은 일본의 옛 초밥으로, 소금을 넣어 잘 섞은 밥을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인 생선 배 속에 채운 뒤 나무상자에 넣고 무거운 돌로 누른 상태에서 수주일에서 수개월 동안 재워 두어 자연 유산 발효시킨 다음 생선만을 먹는 것이다. 지금처럼 식초를 넣어 만드는 초밥은 17세기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제조시간을 당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초밥의 밥은 사람의 체온(약 36.5도)과 같은 온도에서 만들기 쉽고 맛도 있다. 요리사의 손 온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서양식 요리와 함께 곁들이는 게 와인이라면, 초밥은 녹차와 어울린다. 녹차는 입안의 생선냄새와 기름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최고의 초밥은 밥알 사이에 적당한 공기가 있는 것이다. 일본만화 ‘초밥아가씨 사치’(시세고 무라카미 지음)에 보면 초밥 장인은 밥알이 200개인 초밥보다 100개인 초밥을 더 맛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적은 밥알 사이로 적당한 공기가 들어가서 부드러운 맛을 더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게 부서질 수 있다. 흩어지지 않으면서 공기를 밥 사이에 잘 넣는 것, 이것이 최고 초밥 요리사의 실력이라고 한다.

후쿠오카 관광지 오호리공원.

후쿠오카 관광지 오호리공원.

먹을거리는 큰 경험이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고 오르가즘을 능가하는 쾌감이다. 기쁜 맛이 커지는 것만큼 ‘배움’도 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찾아보는 초밥 이야기들이 여행의 여운을 더 진하게 만든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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